[현장에 나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글 / Doonge (oilovesio@naver.com)
수많은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만 많은 사람이 현장에 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현장에 나가 있는 듯한 쾌감과 박진감,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여기 있다.
스포츠 경기에 대한 정보와 경기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관해서 설명해주는 직업인 스포츠 아나운서
이제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열정은 식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스포츠 캐스터가 될까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그를 만나보자.
* 인터뷰는 1, 2부로 나뉘어있습니다. 부분부분 구어체 표기가 있습니다.
* 1부 :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정보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난 후의 이야기
* 2부 : 스포츠 아나운서 소준일님의 근무 환경과 끝맺음 질문
스포츠 캐스터 '소준일'님의 뒷모습 (하트 표기는 축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자 달았습니다.)
스포츠 아나운서 소준일에 대하여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 이름은 소준일입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해 이제 7년 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KBS N 스포츠(이하 'KBS N'으로 표기)에서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KBS N'을 비롯해 다른 여러 업체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중계하는 종목은 '축구'와 '야구'입니다. '축구'는 현장에 나가거나 회사에서 중계방송을 하기도 하고 '야구'는 거의 매일같이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만 조금 더 메인에 가까운 쪽은 '축구'입니다. 저 자신도 제 정체성을 '축구 캐스터'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저를 '야구'보다는 '축구'로 기억을 많이 해주십니다. '축구 캐스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아나운서와 캐스터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A. 기본적으로 아나운서는 방송의 꼭짓점을 맡아서 전문적으로 대본을 소화하는 사람들, 읽어주는 사람들, 즉 발표하는 사람들을 아나운서라고 합니다. 캐스터는 그런 것보다 조금 더 협의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어떤 현상이라든지, 상황이든지를 중계, 묘사해주는 사람을 캐스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교통 상황을 정리해주는 사람을 교통캐스터라고 하고 기상 상황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을 기상캐스터라 하듯이, 현재 스포츠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이야기 해주는 사람을 스포츠 캐스터라 한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어떤 상황을 현장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현재 상황은 이러이러하다.' 하고 풀어주는 사람의 직군을 캐스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그럼 아나운서가 된다면 캐스터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나요?
A. 아뇨. 이건 조금 복잡할 수 있는 문제긴 한데, 아나운서 영역 속에 캐스터가 들어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된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캐스터가 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캐스터가 된다고 해도 넓은 의미로서 아나운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영역이 조금은 나뉘어있습니다. 캐스터로 시작한 사람은 계속해서 캐스터로서의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죠. 아나운서로 시작한 사람들은 캐스터로서의 '업무'를 보기도 하지만 그분들 자신도 자신을 '캐스터'라 하지 않고 '아나운서'로서 이야기해요. 그렇기에 (캐스터보다) 전문적인 역량은 부족할 수밖에 없죠. 조금 더 국민들에게 익숙한 목소리와 말투, 익숙한 얼굴이지만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 묘사는 캐스터가 조금 더 나을 것 같습니다.
Q. 스포츠 아나운서, 스포츠 캐스터란 무엇인가요?
A. '스포츠 아나운서'는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 가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그 현장에 나가 있는 것 같은 박진감과 긴장감,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들과 이 경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조금 더 알기 쉽게 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스포츠 캐스터'라고 표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포츠 캐스터로서의 기본은 잡다한 지식을 늘어놓는 것도 있지만 지금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화면에서 '핵심'을 짚어내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장 설명을 얼마나 잘하냐고 생각합니다. 외국 같은 경우 '코멘테이터'의 개념이 조금 더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나 일본은 해설과 캐스터의 차이가 조금 더 분화가 되었어요. 하지만 유럽은 코멘테이터가 중계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있어요.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前 축구 선수같이) 붙어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만 개념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상황묘사, 정리에 가까운 역할을 하는 것이 캐스터인 것 같고, 해설자의 롤을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이 코멘테이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왜 우리나라는 해설과 캐스터가 나뉘어있는지 말씀해주세요.
A. 해설이 가지고 있는 그 종목에 대한 지식과 캐스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합칠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해설'이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캐스터'가 전달할 경우 정보가 잘못된, 수박 겉핥기식의 이야기가 나오기가 십상이니까, 좀 나오기 이르죠. '해설'의 영역 속에서도 (캐스터처럼) 말주변이 좋다든지, 방송을 잘한다든지 그런 사람이 아직 없죠.
Q. 소준일님이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셨다는 정보가 있는데 처음부터 스포츠 아나운서가 꿈이셨나요? 아니라면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A. 저의 첫 번째 꿈은 기자였어요. 하지만 꿈이 조금 일찍 꺾였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술'이 없으면 안 되는 나라잖아요? 취재 역시 마찬가지죠. 모든 취재가 그렇지 않겠지만 취재원과 정보원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게 술자리입니다. 저는 술을 잘못해서 '아 우리나라에서 좋은 기자가 되긴 글렀구나' 생각하고 포기했습니다. 신방과를 들어오고 거의 6개월 만에 꿈이 없어지고, 목표 없이 살다가 군 제대를 하고 난 이후에 아버지가 '너 뭐 하고 싶으냐?'라고 하셨습니다. '기업을 갈까? 광고, PR 회사를 갈까?'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 난 뭘 하고 싶지?'라는 생각을 하다 '난 무엇을 하면 재밌게 살 수 있을까?'라고 자신에게 질문했습니다.
학교 수업을 들었을 때, 한 교수님이 '기업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성공하는 사람이 목표가 있고 철학이 있듯이, 성공하는 기업 또한 목표와 철학이 있다.' 덧붙여 '당신들도 성공하기 위해서 당신들의 SWOT(장,단점,기회,위협)을 분석해보길 바란다.'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의 말씀과 이후 나온 아버지의 질문이 합쳐지니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삶의 최우선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직업적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게임 '위닝 일레븐'을 좋아한다는 것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것과 관련된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 프로게이머는 나이가 그때 25살이라 되기에는 힘들었고 '스포츠, 게임 캐스터를 해볼까?' 해서 아나운서 학원에 등록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시사, 교양, 뉴스 프로그램 진행하는 것은 다 필요 없고 '스포츠' 하나만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입사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A. 학원을 다녔습니다. 아나운서나 캐스터, 쇼핑호스트같은 직업을 준비하시는 99%의 사람은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곳에서 발성, 발음, 톤, 이미지같이 방송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기본 제반 사항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9년전만해도 '유튜브', '아프리카'와 같이 체계적으로 방송을 배우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 없었기에, 아나운서 학원에 가서 기초적인 것을 배웠습니다. 아나운서 학원을 세 군데나 다녔습니다.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한 군데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이 말인 즉슨 한 번에 어딘가에 합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합격이 오래걸리고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적습니다.
제가 준비했던 2010년 모 지상파 경쟁률이 남자의 경우 500 : 1, 여자의 경우 2000 : 1이였습니다. 물론 지상파가 그들이 바라보는 최정점이긴해요. 지상파, 종편, 케이블, 지방케이블들이 나오고 있고 그 조차도 하고 싶은 사람이 태반인데, 제가 방금 세 곳을 다닌다했는데, 지금까지도 방송을 하고 있는 친구가 거의 없어요. 같이 다녔던 학과 친구 중 단 한 명이 저와 똑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고 나머지 친구들은 아예 못하거나 잠깐 하다가 끝나버렸습니다.
저도 좀 오래 걸렸습니다. 2009년에 준비를 해 2012년 KBS N에 시작을 했으니까. 중간에 인터넷 방송을 하기는 했지만(이 부분에 대해서는 2부에 조금 더 자세히 나옵니다.) 그 기간을 버티는 게 정말 힘들고 아무 것도 보장된 게 없어요. 게다가 이 일이 다른 직업군을 선택하는 데에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연결 지점이 없어서 불안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플랜 B의 여부, 금전적, 정신적 불안감)
Q. 학원 이외에 다른 정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A. 위 질문에 덧붙이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학원에서 주는 게 당연히 크죠. 추천이나 방송가 동향 등 학원에서 잘 알려줍니다. 실제로 그런 것을 잘 해주는 학원들이 잘 나갑니다. 대부분 학원 두 세 개씩 다닌다면 출중한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실력은 비슷해집니다. 그렇기에 추천 실장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즉 인맥이 어느 정도인지에서 경쟁력이 생깁니다. '우리 학원생을 얼마나 많이 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그것 말고도 스터디가 있겠습니다만 본인 레벨과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 되면 발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잘 된 사람이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페이스 메이커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이 사람을 보면서 따라갈 수 있으니까. 생전 처음 스터디를 하는 사람으로 구성된 것은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스터디를 오래 한 사람들은 우리끼리 해야 더 잘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뚫고 들어가는 게 어렵지만 시도는 많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이것도 면접으로 들어간다는데, 참... 웃기죠?
Q. 아나운서를 하기 위해 학력이 중요한가요?
A. 명확하지 않습니다. 회사마다 그것을 많이 보는 회사가 있고 아닌 회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아나운서 중에도 지방대 출신이 있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대부분 SKY 출신이긴 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쪽에 정보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기회의 문도 많이 열려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릴 재원인데 왜 마다하겠어요. 근데 그럴 확률이 조금 적습니다. 학력이 어떤 조건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거기에 나오지 못했다고 해서 '난 저기에 못 들어가' 그건 아닙니다.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다만 통계적으로 봤을때는...
Q. 아나운서가 가져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순발력은 당연히 필요하고 그것은 훈련으로 키워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그리고 인화력입니다. '유튜브'나 '아프리카'처럼 혼자가 아닌 (PD나 기타 동료가 있는 방송도 있음), PD, 작가, 동료 아나운서가 있고 더 큰 방송국을 가면 기자, 행정관 등 여러 사람 속에서 자신이 조직원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냐, 사회성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에 포함된다면 말 그대로 사회생활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스포츠 프로그램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당연히 프로그램은 PD와 작가의 기획안부터 시작하는데 그들도 당연히 함께 일하고 싶은 진행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 진행자를 PD가 고르는지, 아나운서팀에서 고르는지가 조직마다 다릅니다.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기에 일반화하기 힘들고, 외부제작의 경우에는 어떤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제약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모든 프리랜서가 그렇지만 당연히 첫 번째는 능력이고 두 번째는 인맥. 사실 모든 종류의 프리랜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본인의 실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내 재능을 팔 수 있는 루트가 없으면 굶습니다.
[ 2.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이후]
Q. 막상 아나운서가 되신 후에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점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인가요?
A. 인화력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방송하고 싶은 것이지, 회사생활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잖아요. 근데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생활을 해야 되고, 사회생활을 해야 되고 그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죠. 저의 경우에도 사실 그런 게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힘들었던 적도 있고, 방송 외의 것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본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송이란 것 자체가 워낙 급변합니다. 트렌드가 빨리빨리 변하고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방송을 처음 준비했을 때도, 지금의 방송 환경과 너무나도 달랐고 방송이 아니면 사람에게 알려질 방법이 되게 적었습니다. 지금은 방송국과 진행자의 힘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유튜브','아프리카'에서 나오는 사람은 아는데, 지상파의 메인 캐스터가 누군지, 아나운서가 누군지를 잘 모릅니다. 이것도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게 뜨기 전에 떴던 진행자는 기억합니다. '신문선'님, '송재익' 님, 근데 그 이후에 나온 명성을 얻었다 싶은 진행자들은 잘 모릅니다. 기억을 잘 못 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Q.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에 서운한 점은 없으신가요?
A. 저희가 적응하면서 살아야 하는 환경이라 서운하진 않아요. 다만 기존에 방송을 오랫동안 했던 사람 같은 경우에는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뭐가 옳고 그르다는 것은 아닙니다.
Q. 방송 철학이 있으신가요?
A. 없으면 안 됩니다. 소신과 철학은 사람마다 다르죠. 제가 뭐가 옳고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겠지만 방송도 그렇듯이 삶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자기가 중심이 잡혀 있고, 가치 판단을 할 수가 있어야지. 그게 없이 그냥 휩쓸려가는 것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뭐가 중요한지나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Q. 스포츠 중계를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있으신가요?
A. 아까 말씀드린 대답에 포함될 것 같아요. 중계를 보는 사람들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그것을 하기 위한 조건들. 너무 쓸데없이 오버하지 않고 언어의 인플레이션, 즉 너무 모든 형용사, 부사를 사용해서 과하게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장면들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 표현해야 할까 하는 점. 이것은 어딜 가든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짜릿함과 흥분 이런 것들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너무 치우치지 않게 객관적으로 볼 필요도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해설과 캐스터의 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해설 옆에는 어떤 캐스터가 있어야 한다는 이런 것을 사람은 대부분 기억하기 때문에 둘의 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한준희' 위원님 내지는 '박찬하' 위원님의 파트너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듣기 편한 중계다. 무엇보다도 듣고 나면 정보 얻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진짜 축구를 사랑하시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고 좋게 봐주십니다. 저는 그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그게 전달이 잘 된 것 같습니다.
Q. 방송 중 재미있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전체 구어체로 표기.)
A. 많아요. 이건 말하면 누군가는 다치는 에피소드도 있고. 다들 아시는 '이재형'님의 에피소드도 있고. 개인적으로 제가 경험한 에피소드로는 저의 프리메라리가(스페인의 프로 축구 1부 리그, 이하 라리가 표기) 첫 중계였어요. 2013년 5월에 저의 첫 중계를 하니깐 긴장을 많이 했죠. 근데 중계를 정신없이 하는데 위성이 딱 끊기는거에요. 이 상황도 버거운데 화면도 안 나오고 얼버무리면서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했어요. 근데 보통 길어봤자 1~2분 끊기는데, 그날은 20분 정도 걸려서 돌아온 것 같아요. 아무튼 계속 안 돌아와서 쓸데없는 소리만 주구장창 하고 있었죠.
근데 그때 마침 '박주영' 선수가 셀타비고(라리가에 소속된 축구팀)에서 뛰고 있었어요. 그래서 바로 PD님이 급하게 '셀타비고 경기로 화면 넘깁니다.' 하시고 딱 넘기셨어요. 경기에 대한 준비도 없이 들어간 상황에서 스코어는 1 : 0 이였고 '한준희' 위원님이나 저나 둘 다 자료가 없었죠. 그래서 그림은 받았는데 알 수는 없고 PD님에게 자료 요청도 할 수가 없고. 아무튼 임시 방책으로 리플레이 나오는 거 보고 '아 얘가 골을 넣었고' 이러면서 넘겼죠. 다행히 '한준희'위원님이나 저나 셀타비고, 에스파뇰(라리가에 소속된 축구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면 망한 중계였을 거에요. 다행히도 저나 위원님이나 등 번호만 봐도 '얘가 누구구나'하고 있었던 것 때문에 조립해서 해설 할 수 있었죠. 만약 '나는 처음이니깐 오늘 내가 하는 경기만 준비해야지'해서 이 경기만 준비하고 들어가고 다른 경기들을 안 봤으면 그 20분은 완전히 망한 시간이었겠죠.
그것 말고도 제가 야구 경기 연장전을 이틀 연속으로 하고 '엘 클라시코' (라리가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 경기) 도 했어요. 목이 안 좋아졌죠. 근데 그날 새벽 중계가 있어서 갔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에요. 그래서 현장에 있던 다른 선배가 대신해주셨던, 그런 고마운 일이 있었죠. 감독님이 실수하셔서 전원 싹 다 내려서 암흑 속에서 중계한 적도 있고, 많은 일이 있죠. 엄청 다이내믹 하죠. (추가로 목소리가 안 나오실 때는 성대 결절에 대해 걱정도 하셨다고 함.) 그래도 재밌어요. 날마다 살아있는 기분이고 녹화는 녹화대로의 재미도 있고.
Q.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보람을 느끼셨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존경했던 사람들과 사무실을 같이 쓰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꿈꾸는 일을 하는 거죠. 그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지금은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좀 무뎌지고 이런 건 있어요. 그렇지만 새로 만나는 사람들도 계속 생기고 그럴 때마다 기분은 좋죠. 또, 저의 지지자(팬)들이 계신 데 그분들이 좋은 이야기 해주실 때 좋죠.
제가 얼마 전 '한준희 장지현의 원투펀치'라는 프로그램을 녹화했어요. 녹화정리를 하면서 '신아영' 아나운서가 말씀하시더라고요. "아, 그러면 녹화를 정리하기전에 소준일 캐스터 여기 나와서 어땠는 지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대답으로 "제가 스포츠 캐스터를 하기 전부터 봐왔던 프로그램이고, 이거를 보면서 조금 꿈을 키웠던 것들도 있어서. 나에게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충족된 느낌이다."라고 했어요. 그건 진심이었어요. 이번에 KBS 본사에 나가서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한 것도 저한테 정말 잊지 못할 큰 기억이고, 피파랑 같이 영상 찍었던 것. 이런 것들 다 진짜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아요. 힘들지만 매력적인 직업이죠.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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