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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31] 스포츠 아나운서 소준일님 인터뷰 2부

[현장에 나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글 / Doonge (oilovesio@naver.com)

수많은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만 많은 사람이 현장에 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현장에 나가 있는 듯한 쾌감과 박진감,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여기 있다.
스포츠 경기에 대한 정보와 경기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관해서 설명해주는 직업인 스포츠 아나운서
이제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열정은 식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스포츠 캐스터가 될까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그를 만나보자.

* 터뷰는 1, 2부로 나뉘어있습니다. 부분부분 구어체 표기가 있습니다.
* 1부 :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정보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난 후의 이야기
* 2부 : 스포츠 아나운서 소준일님의 근무 환경과 끝맺음 질문

스포츠 캐스터 '소준일'님의 뒷모습 (하트 표기는 축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자 달았습니다.)


[3. 근무 환경]


Q. 소준일님의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정해지진 않았어요. 대체로 방송(프로그램) 시작 전이나 스포츠 이벤트(중계, 행사) 시작 전, 제 나름의 기준이나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시간에 도착해요. 그 시간에 도착하고 일을 준비하고 일이 끝나면 퇴근하는 게 일상입니다.

일단 그 스포츠 이벤트가 언제 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프로 야구' 같은 경우에는 평일 오후 6시 30분, '해외 축구' 같은 경우에는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있기 때문에 출근 시간은 불규칙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퇴근 시간도 그거에 맞춰서 움직이고 제 생활 방식 또한 그렇고.

제가 오늘 8시에 퇴근해서 여기에 나온 것도 저한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일반적인 생활을 하시는 분들한테는 맞지 않죠. 한창 지금 일하고 있거나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이럴 시간 때에 저는 자고 있습니다. (인터뷰 당일 프로그램 녹화가 아침 8시에 끝남)


Q. 그런 일상이 불편하시진 않나요?

A. 불편하죠. 많은 사람을 만날수 가 없어요. 그들이 쉬는 시간에 저는 일을 해야 하니깐. 스포츠 캐스터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여가 활동을 도와주는 직업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쉴 때나 놀 때, 더 재미있게 쉬고 놀 수 있도록 우리가 일을 해야하니, 사이클이 안 맞아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조금 많이 힘듭니다.


Q. 중계 배정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어떤 경기를 중계해야 하나?'가 아닌 '어떤 캐스터'를 중계에 넣을 것인지.

A. 그것도 회사마다 방침이 다릅니다. 어떤 회사는 'PD'가 지정해주는 곳이 있지만, 어떤 회사는 '아나운서팀'에서 지정해주는 곳이 있죠. 근데 제가 소속된 KBSN은 '아나운서팀'에서 정합니다. 물론 PD의 의견이 조금은 반영이 될 수도 있어요. 근데 그건 참고일뿐이고 어쨌거나 최종 결정의 경우, 저희는 '아나운서팀'에서 정합니다.


Q. 그렇다면 소위 '빅클럽'이라고 불리는 팀끼리의 경기, 예를 들면 '엘 클라시코' 같은 그런 경기의 중계도 하시고 싶을 것 같은데. 본인 의견을 어필할 수는 없나요?

A. 네, 하고 싶죠. 근데 그것도 연차에 따라서 다릅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2015-2016시즌에는 엘 클라시코를 두 번 했지만 제 의견이 들어가진 않았어요. 프리랜서인 것도 이유 중 하나죠. 제가 그때 프리메라리가(스페인의 프로 축구 1부 리그, 이하 라리가 표기) 중계 1선발이었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했었어요. 의견 어필 역시 회사마다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캐스터끼리 경쟁(좋은 의미의 경쟁)하듯이 하는 사람이 있는 회사가 있기도 하고, 이게 없는 회사도 있어요. KBSN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것에 대한 욕심이 없어요. 제가 우리 회사가 편하다고 말씀드리는 이유 중 하나로 사람들이 좀 순박해요. 분위기가 그렇게 세지 않아요.


Q. 경기 중계하실 때에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정보 같은?

A. 정보 같은 건 당연히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해외콘텐츠 같은 경우, 예를 들면 제가 했었던 '라리가'로 말씀드리자면 '스페인' 언론을 항상 봅니다. 하다못해 영국의 'BBC','스카이스포츠'가 있겠죠. (영국의 공영방송, 스포츠 방송 언론) 공신력이 있는 유럽 지역의 매체, 'ESPN'(미국의 스포츠 방송 언론)도 그렇고 그런 매체를 많이 접하죠.

특정 팬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보냐 제게 여쭤보셨잖아요. (인터뷰 시작 전) 봅니다. 보는데, 그런 곳에 작성된 글은 무조건 교차 검증을 합니다. '네이버'나 '다음'에 올라온 한글 기사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번역이 한 번 들어오는 것은 제가 다시 검증을 해야 합니다. '코파 아메리카'(남아메리카 국가 간의 대항전) 중계가 있을 당시에도 후배들한테 이야기했던 게, "국내 기사는 어떤 토픽이 있는지만 보고 지적 발휘는 원문으로 해, 안 그러면 방송 사고가 난다."라고 했었죠.

잘못 번역이 된다든지, 영어가 아니라 특히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렇게 한 번 거쳐 오는 언어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오역의 가능성이 있어요.


Q. 민감하실 수 있는 질문 같습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 받는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정규직이냐 아니면 저 같은 프리랜서냐에 따라서 다르죠. 본인 연차가 어떻게 되냐, 어떤 방송국에서 일하고, 어떤 방송을 하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Q. 그렇다면 중계를 하시면 따로 책정되는 중계 수당이 있나요?

A. 그것도 다 다릅니다. 근데 프리랜서는 기본적으로 건별이죠. 통으로 계약하는 분도 있고 건별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건별이에요. 정확한 액수는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프리랜서는 건별로 계약이 진행되는데, 방송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잖아요. 그 양에 따라 좀 다릅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적게 벌었을 때는 '이건 진짜 생활이 안 돼, 말도 안 되는 액수야.'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많이 벌었을 때는 조금 살을 붙이면 '이거 어떻게 쓰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근데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이하 이하의 수준으로 받습니다.


Q. 시즌 같은 것도 있나요?

A. 시즌 당연히 있습니다. 비수기, 성수기도 당연히 있죠. 이것도 종목 따라 달라요. '야구' 하시는 분은 겨울에 조금 비수기고, 그러니까 그때는 다른 종목을 하시고. '축구' 하는 사람, 'K리그' 많이 하는 사람 역시 겨울에 비수기고. '해외 축구' 중계하는 사람은 여름에 힘들죠. (K리그는 춘추제, 해외 리그는 대부분 추춘제)


Q. 그렇다면 종합적인 지식이 있어야, 스포츠 캐스터로 더 많이 쓰일 수 있다는 뜻이겠네요?

A. 당연한 이야깁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어떤 종목에 본인이 투입되고 안 되고를 떠나, 그 종목에 대한 이해도라든지, 선호도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근데 누군가는 그걸 배정해야 합니다. 배정해야 그 종목을 중계할 수 있으니. 그걸 판단하는 기준점은 목소리 톤, 발성, 빠르기 같은 게 있죠.

이 사람이 발성 같은 걸 했을 때, 말을 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러니깐 '야구' 같은 종목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고 '축구' 같은 종목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어요. 다 달라요. 그거에 따라 갈리죠. '나는 야구 좋아하는데' 근데 '축구 중계'로 갈 수 있어요. '나 축구 싫어하는데' 뭐, '야구 중계' 했다가 '축구 중계' 할 수도 있고요.



[4. 끝맺음 질문]



Q. 끝맺음으로 질문 세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지망생에게 전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힘든 길입니다. 현직자로 말씀드리면 정말로 힘든 길이에요. 일단 아까(인터뷰 1부) 말씀드렸다시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뽑고자 하는 사람은 적어요. 그래서 누군가는 분명히 낙오하게 되어있습니다. 이건 어쩔 수가 없어요. 가슴 아픈 사실이지만. 그러니깐 꿈을 향해서 나아가 돼, 내가 그것이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준비는 철저히 하셔야 하고.

그전에 앞서서 과연 '그 힘듦을 내가 견딜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고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정말 힘든 직업이고 도전이기 때문에, '그런데도 꼭 방송을 해야 하는지, 방송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방송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에 대한 본인 스스로 치열한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런 것이 검토가 끝났는데도 '난 이건 분명히 해야겠어."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하세요.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해주세요. 제가 무엇을 얼마나 도와드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제 능력이 닿는 한에서 도와드릴게요.


Q. 두 번째 질문입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인터뷰나 질문을 해보신 적이 있기도 하고 반대로 질문을 받으신 적도 있으실 것 아니에요?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듣고 싶은 질문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요. 심오한 질문 같지만.

A. 생각을 안 해봤네요. (고민 중...) 심오한 것 같긴 한데, 아까 저한테 물어보셨던 게 그거인 것 같아요. 본인의 철학은 무엇인가, 스포츠 중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냐. 물론 7년 차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되게 건방진 소리로 들릴 수도 있어요. 몇십 년 동안 하는 분도 있는데. 근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연차에 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한 달, 두 달을 하더라도 자기중심에 서 있어야 해요.

이 생각은 분명히 가지고 있어야 하고, 제가 다른 동료에게 궁금한 지점이기도 해요. '여러분은 왜 방송을 하십니까.' 건방진 질문이 아니라 정말 그냥 순수한 호기심이에요. '그러면 여러분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바라보는 스포츠 중계의 이상향은 뭐죠?'라고.


Q. 두 번째 질문에 덧붙이고 싶은데요. 그런 철학이 있으셔서 3년이란 준비 기간을 버틸 수 있으신 건지, 아니면 아나운서가 된 이후에 생기신 철학인지? (KBSN 입사 전 이야기)

A. 된 이후에요. 그리고 3년 동안 오롯이 방송 준비만 한 것도 아니었어요. (1부 인터뷰 질문 '입사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에 대한 조금 덧붙일 수 있는 대답) 2010년에 인터넷 중계방송했다가 좀 사회의 쓴맛을 봤죠. 임금 체납을 당하고 돈을 좀 떼였죠. 심지어 생돈까지 떼였어요. 안 좋은 기억이죠. 친구랑 같이했다가 둘 다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 나왔죠. 그러고 나서 'MBC 스포츠 플러스'와 'SBS 스포츠 플러스' 두 곳에 떨어지고 채용이 되지 않고 안 되고 이러다 보니 점점 의욕이 사라지더라고요.

'아, 이게 나와 맞지 않은 길인가?', 그래서 다시 일반 기업도 준비했었어요. 심지어 시험도 봤었고 기자 시험도 다시 한번 봤었고 그러다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게 'KBSN'이었는데, 그게 됐죠. 이것도 원래 안 쓰려고 했어요. 안 쓰려고 했는데,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랑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런 공고가 떴다. 한 번 써봐라." 이러는 거예요. "안 쓴다. 너 나 떨어진 거 알지 않냐. 이제 나 포기했다."라고 저는 대답했죠. 오고 가는 이야기 속에 "이력서 쓰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한 번 해봐"라는 친구의 말이 있었어요. 썼어요. 썼는데, 한 달 동안 또 연락이 없더라고요. '떨어졌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여기 KBSN인데요, 내일 시험 보러 오세요", 시험 보러 갔죠. 시험을 봤는데, 못 봤어요. 망했어요.

떨어졌나보다 하고 나의 이 억울함과 분노를 다른 애들을 열 받게 함으로서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위닝'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연락이 왔어요. "여기 KBSN인데요. 내일 인사하러 오세요." 채용 과정이 되게 간단했어요. 그때 되게 급하게 뽑았거든요. 면접도 따로 없었고 일단 공채가 아니었고 저희는 스포츠 캐스터인데 더빙 캐스터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되게 복잡한 과정이 없었고 간단하게 뽑았죠. 그때 같이 뽑혔던 게 3명이에요.


Q. 마지막으로 드리는 질문입니다. 어떤 스포츠 아나운서, 캐스터로 기억되시길 바라시는지? 최종적인 목표라고 하면 될까요.

A. 이것도 되게 심오한 질문이네요. 이건 답을 하기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가 저를 기억해줬으면 당연히 좋겠어요. 어떤 특정 종목, 특정 팀, 특정 상황을 이야기했을 때, '소준일이라는 캐스터가 있었는데, 걔가 참 잘했지.'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전 다행스럽게도 라리가 방송을 하지 못한 지금에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이 조금은 계셔서, 그게 저는 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가 한 게 삽질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글쎄요.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근데 제가 아까 어떤 캐스터가 되고 싶다. 저의 중계 철학은 이렇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캐스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노력했던 것이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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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다시 라리가 중계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A. 네, 저도 그렇고. '한준희' 위원님이나 '박찬하' 위원님도 그렇고. 거의 모두의 소망이죠.